CULTURE

같은 공간, 같은 공간의 기억 작품에 담긴 시선(視線) 묶음…작가 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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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산의 작품에는 세밀함이 담긴다. 초상화에 주력한 덕분이다. 그렇다고 사진과 같은 정밀이 아니다. 구상이 오히려 자유를 부여했다. 붓은 거칠되 선이 부드럽게 변했다. 사람과 사물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간 허 작가의 독창성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가 담은 인물에는 생명이 살아 숨 쉰다. 추상을 넘어선 허 작가의 구상이 작품으로 영글었다. 그의 풍경화 역시 뛰어난 작품성을 보인다. 현실을 비추는 그림에선 작가가 바라는 이상이 스몄다.

‘미소’ 머금은 초상

수많은 이가 화폭에서 다시금 태어났다. 그 폭은 유명 연예인에서 정치인까지 경계를 넘나든다. 웃는 모습이 그림 속 대상을 눈앞으로 이끈다. 보는 이도 자연스럽게 동화(同化)된다. 그리고 미소를 띤다. 큰 웃음이 아닌 입술 끝을 살짝 올린 자연스러운 웃음. 허 작가의 초상화가 특별한 이유다. 눈길을 사로잡는 그림, 한동안 시선을 떼지 못하는 그림이 작품의 매력을 높인다.

이처럼 허 작가의 주력은 초상화. 20살 순박한 나이에 시작한 그림도 인물을 묘사한 작품이었다. 그가 여전히 보관 중인 ‘제임스 딘’ 인물화에는 맑음과 순수함의 미학이 담겼다. 어린 시절 그의 감정과 성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허 작가 자신도 당시의 색감을 다시 나타내는 일이 어렵다고 전한다. 그림에 혼을 싣고, 느낌을 되살리고, 감정이 담겼다는 허 작가의 설명은 작품에서 분명해진다. 순수함을 넘어선 투명함이다.

비단, 초상화만이 아니다. 허산의 풍경화 역시 시선을 끄는 매력을 지녔다. 인물화의 세밀함이 풍경화에도 나타난다. 비 내리는 길과 우산을 든 모습, 그 풍경은 어우러져 감성적이되 절제된 모습을 보인다. 허산이 그린 풍경은 이처럼 사실을 낳되 작가의 의도로 추상을 이뤘다. 그만의 느낌과 감수성이 묻어나는 작품에서 작가 허산은 다시금 태어난다.

현실을 녹인 그림

다소 쌀쌀한 그의 작업실에는 냉철함이 감돈다. 작품을 지나치게 꾸미지 않고 풍경과 인물을 사실로 승화해서다. 가령, 그가 그린 시골 초가의 모습과 누렁소 이미지는 순수함이 드러난다. 과장(誇張)이란 결코 있을 수 없다. 부드러운 빛깔의 잔디와 여유롭게 쉬는 소의 형상이 보는 이에게 회상의 시간을 부여한다.

수십 년의 작품 활동으로 확고한 입지를 다졌지만, 배우려는 의지가 아직도 미술학도를 방불케 한다. 여전히 그의 눈앞에는 대가(大家)들의 작품이 놓였다. 이를 통해 작가는 끝없이 고뇌를 계속한다. 자신이 개척하는 길을 가고자 끊임없이 그림을 그리는 작가 허산. 흐르는 시간에 따라 주변이 변하듯, 작품 역시 조금씩 변화했다.

빼곡하게 둘러싼 작품, 온갖 색으로 둘러싸인 그와 작업실. 미완(未完)의 작품과 완성미를 내뿜는 그림이 작가 허산과 한 몸을 이룬다. 여느 작가와 마찬가지로 그 역시 배고픔과 괴로움 사이에서 작품 활동이라는 끈을 놓지 않았다. 그 결실은 어느새 작품을 통해 완성으로 치닫는다.

허 작가는 예나 지금이나 자신의 길을 중시한다. 좋게 보면 쉽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고, 달리 보면 다소 고집스러운 성격이다. 이 때문인지 그의 작업실은 섬 같이 느껴진다. 현실과 섬을 이어주는 다리는 허 작가의 작품. 인파(人波)가 몰리는 인사동이지만 그들과 연결고리는 그림이다.

그의 작업실에 가본 사람이면, 벽에 걸린 인물화에 놀라고 작가의 기억을 담은 풍경화에 감탄한다. 작품에 비해 비좁은 작업실, 그 환경에서 명작이 탄생하고 작가의 길이 계속됐다. 여전히 적막감이 감도는 공간에서 작가의 추억이 그림으로 펼쳐진다.

한때 허 작가는 미국에서 작품 활동을 했다. 이러한 이유로 그림에는 이국(異國) 분위기가 풍긴다. 인물화와 풍경화에는 우리 주변 모습만이 아닌, 다소 낯선 이미지가 눈에 띈다. 국내 활동 경험과 미국에서 겪은 미술세계는 그림에 스몄다. 해서 감상하는 이에게 색다른 느낌을 준다. 그러한 느낌은 거부감이 들기보다 오히려 편안하기까지 하다. 눈에 익은 인물과 풍경이기에 그렇겠지만, 허 작가의 구상력이 뛰어나다는 방증이다.

마주 본 시선, 같은 지향점

연말이 다가오는 2013년 겨울의 문턱, 인사동 한편에선 그림이 그려진다. 허 작가의 작품은 이제 곧, 제2의 생명을 부여받는다. 작품을 손에 쥔 사람에 의해서다. 그들이 선택해 그려졌든, 작가의 의도로 작품이 탄생했든, 그림에 담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작가와 풍경, 인물의 동화가 궁극적인 의미. 작품과 보는 이, 그리고 그리는 작가가 같은 방향이 아닌 서로를 마주한다. 하지만 생각과 의도, 뜻하는 바가 엇갈리기보다 채워주려는 의미를 지녔다.

어느새 지천명의 나이를 넘어선 허 작가는 평소 그의 마음을 화폭에 담는다고 한다. 그리움의 미학에 비유하는 그의 작품 활동이 다시금 시작점에 섰다. 정체된 모든 사물이 죽은 것과 같다는 누구가의 말과 달리, 허 작가의 작품은 살아 움직인다.

바람이 세지만, 서울 인사동에는 그림과 열기가 가득하다. 지나다 만나는 다양한 작품, 하지만 시선을 끌지 못한 작품이 같은 공간에서 뒤엉킨다. 닮은 기억을 지닐 수 없어도, 작품과 함께하면 동일한 추억과 느낌이 공존한다. 공간과 공감, 그리고 공존이 어우러지는 인사동엔 예술가의 혼이 흐른다.

조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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