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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북촌, 열한 집의 오래된 기억

열한 집의 오래된 기억

서울역사박물관(관장 송인호)에서는 서울의 가장 대표적인 장소 중 하나인 북촌의 역사를 통해 서울의 반세기 역사를 회고하는 <북촌, 열한 집의 오래된 기억> 특별전을 2019년 7월 19일부터 10월 6일까지 개최한다. 개막식은 7월 18일 오후 3시이다.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위치하여 궁궐과 가장 가깝고 도성 내 가장 살기 좋은 곳, 북촌은 조선초기부터 권력과 전통으로 대표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며, 권세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거지가 되었다. 이러한 북촌의 지정학적 입지 조건은 서울의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공간적 내력을 가진다. 1860년대까지 권력의 공간으로 변화 없이 유지되던 북촌의 위상은 이후 한 세기 동안 숨 가쁜 변화를 겪었다. 개항과 개화, 일제강점과 식민, 광복, 전쟁이라는 근대사회로 급변하는 전환기를 겪으며 북촌은 도시공간뿐만 아니라 거주민 구성까지 변하였다.

이번 <북촌, 열한 집의 오래된 기억> 특별전은 급변하는 북촌의 백년(1860~1960년) 기간에 북촌에 거주했던 열한 가문 주민들의 일상과 기억을 통해 북촌의 역사를 돌아보는 전시이다. 전시에 소개된 북촌 열한 가문은 북촌 백년의 역사를 다양한 삶을 통해 이야기하며, 이들의 삶은 현재 북촌이 만들어진 생생한 증언이다.

북촌 열한 가문은 2018년 서울역사박물관의 서울생활문화자료조사 일환으로 진행된 북촌 지역조사에서 집안과 거주시기, 동네와 가옥 형태 등을 고려하여 선정되었으며, 구술조사 참여에 동의한 가문들이다.

전시에 소개되는 열한 가문은 다음과 같다.

흥선대원군 둘째 형 흥완군의 아들인 왕실 종친 완순군 이재완가家

1900년대 초에 원서동 빨래터 인근에 자리 잡은 이종열가家

안국동을 지킨 100년의 가문 윤보선가家

일제강점기 조선미술관 설립자 오봉빈가家

계동과 재동의 사랑방 계산한의원 홍성학가家

경성의학전문학교 교수이자 백병원을 설립한 백인제가家

북촌 이왕직 관사 생활을 한 민영환과 민영찬家 후손들

북촌 도시한옥에서 생활한 박한기가家

이왕직아악부 대금연주자 봉해룡가家

종군사진작가이자 북촌의 사진기록가 임인식가家

6.25 전쟁 후 원서동에 들어와 원서이발소를 운영하며 살아온 김창원가家 등 북촌의 각각 다른 공간과 시간을 살아온 열 한 가문의 ‘오래된 기억’은 개인의 일상이자 북촌의 역사이다.

전시의 구성은 <1부. 북촌의 공간>, <2부. 북촌의 역사> <3부. 북촌 11家> 등 크게 3개의 주제로 나뉜다. 이중 <2부. 북촌의 역사>와 <3부 북촌 11家>는 북촌 역사 주제 속에 미시사적 사례로써 연관되어 있는 가문을 연결하여 전시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1부. 북촌의 공간>에서는 현(峴)과 골(谷), 수계(水系)로 이루어진 자연지형과 배산임수의 최적의 주거조건에 대해 설명한다. 백악과 응봉에서 내려오는 3개의 능선은 삼청동, 가회동, 계동, 원서동을 공간적으로 구분하고, 그 사이를 흐르는 4개의 물길을 중심으로 주거지가 형성되었다. 지금도 북촌을 걷다보면 몇 개의 언덕을 오르고 내리게 되는데 이러한 지형이 동네와 동네를 구분하고 생활권역을 나누는 경계가 되었다.

<2부. 북촌의 역사>에서는 고종의 등극과 경복궁의 중건을 기점으로 세계와 마주하게 되는 개항, 개화기를 거쳐 일제강점기, 광복, 6.25 전쟁 등으로 변화되는 북촌의 위상에 대해 살펴보았다. 총 9개의 키워드 주제(1. 전통과 권력, 2. 개항과 개화, 3. 근대 시설, 4. 학교, 5. 민족운동과 종교, 6. 문화예술, 7. 도시한옥, 8. 현대 정치, 9. 전쟁과 변화)로 북촌의 역사를 간결하게 이해하고, 시대 흐름을 따라 갈 수 있도록 하였다.

<3부. 북촌 11家>에서는 열한 가문의 북촌 정착 배경과 살아온 이야기, 북촌에 대한 기억 등을 가내 소장품들과 함께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북촌 백년사를 살아온 열한 가문에 대한 코너를 각각 마련하고, 가내 소장품들을 협조 받아 전시물로 선보인다. 이중에는 사진자료나 영상자료로 이미 공개된 적이 있지만 실물로는 최초로 공개되는 자료들이 상당수 있다.

안국동 고택에 거주한지 100년이 된 윤보선가는 일찍부터 기독교의 영향과 외국 유학 경험 등으로 윤보선가 만의 가풍과 생활 안목을 만들어 왔다. 윤보선이 직접 디자인한 생활 식기류, 생활 소품과 공덕귀 여사가 사용하던 개인 소품 등이 실물로 공개된다.

북촌 이왕직 관사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민영찬가의 창덕궁 관사 입주 및 이주에 관련된 자료의 사료적 가치는 크다.

조선미술관을 운영한 오봉빈가의 일제강점기 서화 전시기획 관련 자료와 서화 매매, 소장품 목록은 일제강점기 서화사(書畫史)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

1970년대까지 북촌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계산한의원은 현재 한의원 건물만 남아 있으며, 지금은 현대식 카페로 개조되어 옛 도시한옥의 이색 정취를 느끼고자 하는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그 후손들은 재동에 거주하면서 선친의 유품을 잘 보관하여 왔고, 이번 전시에 다수 선보인다.

원서동에서 대를 이어 100년 넘게 살아온 이종열가는 부모님의 회갑례를 기념하기 위해 북촌 일대 당대 서화가들을 찾아다니며 ‘목숨 수(壽)’자가 써진 글씨와 그림을 모으는 것을 가풍으로 여겨 대를 이어 행하였고, 이렇게 모은 송수서화(頌壽書畫)들은 이번 전시에 처음 공개된다. 북촌 일대에 거주하던 당대 서화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북촌 가회동에 살면서 북촌의 50, 60년대의 풍경을 사진에 담았던 임인식 작가의 북촌 사진도 이번에 한 자리에 모았다. 특히 북촌을 배경으로 한 임인식 가족의 북촌 생활상에서 지금은 찾아 볼 수 없는 북촌의 옛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사만화가 김성환(金星煥, 1932~현재)의 <가회동 골목>, <가회동의 달 1, 2> 작품 3점도 이번 전시에 소개된다. 이 그림들은 1960년대 북촌 가회동의 일상을 기록한 풍속화이다. 빼곡히 밀집한 도시한옥과 골목길의 동네 주민들, 언뜻 보이는 집 마당의 생활상을 마치 사진으로 찍은 듯 생생하게 그려냈다. 김성환은 오일 파스텔화로 수 십 년 전 가회동 사람들의 일상을 독특하고 독창적으로 표현하였다. <북촌, 열한 집의 오래된 기억>은 바로 이러한 일상의 기억 단편들이 모여 북촌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이야기이다.

북촌의 역사

북촌(北村)은 조선시대 한양의 종각 북쪽이자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 일대를 이르는 지역명칭이다. 북촌의 범위는 시대마다 필요에 따라 확대 또는 축소되기도 하였으며, 현재는 율곡로 북쪽,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로 축소되었다.

고종 등극 후 왕권 강화를 위한 개혁이 추진될 무렵 외세의 침략과 개항이라는 시대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북촌의 지식인들은 개화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갑신정변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 했으나 ‘3일천하’로 끝났다. 주도 세력이 거주하던 넓은 집터는 몰수되고 근대 교육기관과 시설들이 들어서면서 북촌의 변화가 시작된다.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북촌과 일본인의 남촌은 민족 차별의 공간이 되었다. 북촌은 민족운동의 진원지였고, 교육의 중심지였다. 1920년대부터 등장한 조선인 건축청부업자들에 의해 북촌 권세가들의 넓은 집터는 작게 분할되어 도시한옥 주거단지가 조성되었고 중산층의 터전이 되었다.

광복과 6.25 전쟁은 북촌에 또한번의 변화를 가져왔다. 피란과 납북, 생활기반을 잃고 떠나는 사람들과 새로 들어오는 주민들로 예전과는 다른 북촌의 모습으로 변하였지만, 여전히 권력과 문화의 중심이었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 토․일․공휴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다.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자세한 정보는 서울역사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2-724-0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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