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NEWSISSUE

‘이강백의 심청’…인간은 죽음에 관대하다

이달 3일부터 두산아트센터 Space111 공간에서 이강백의 심청이란 연극이 무대에 올랐다. 누구나 아는 국민 효녀 심청전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진부한 소재인데 느낌이 새롭다. 이강백은 절제미와 함축적인 언어로 유명하고, 작품은 이 같은 평을 담는다. 관객은 심청이란 이름에서 오는 익숙함에 흥미를 잃을지 모른다. 하지만 연극이 끝난 뒤 다시 보고픈 느낌이 들 정도로 여운을 남긴다.

인간적인 심청

진부한 소재로 참신한 표현이 가능한가. 문화, 예술계에는 이러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연극을 본 관객의 대답은 ‘가능하다’가 주를 이루는데, 사고·생각이 새롭다는 데 이유가 있다. 연극, 영화와 같이 이야기가 우선되는 예술 작품에서 함축과 절제는 중요하다. 희곡에 담긴 표현과 사고의 폭에서 이 두 가지 요소가 느껴진다면 관객은 감동을 받는다.

이강백 작가의 심청은 ‘효’가 아닌 ‘죽음’에 초점을 뒀다. 죽음을 함축적이면서도 절제미를 살려 표현했다. 죽음을 운명으로 받아들인 옛 심청과 달리, 본능적으로 이를 거부하는 이강백의 심청은 당돌하다. 자신의 죽음을 미루려 선단의 출항을 연기하고 왕비 흉내와 주변의 호의를 당연하다 여긴다. 죽음을 앞둔 그녀는 분노와 좌절감을 한꺼번에 맛본다. 관객이 새롭다는 느낌을 갖는 건, 이처럼 인간적인 심청을 무대에서 만나서이기도 하다.

이기적 상황과 이타적 인간

자의가 아닌, 타의의 죽음은 지켜보는 누구에게나 안타깝다. 주변을 위해 희생되는 제물로 왜 특정인이 선택돼야 하는가. 옛 사람들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누구가의 죽음을 방관했다. 요즘은? 변한 게 없다. 과거의 심청이 운명을 받아들이고 죽음에 이르렀듯이, 지금의 심청도 결국은 운명을 받아들인다.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 가장 소중한 삶을 버린 그녀는 효녀를 넘어 성인에 가깝다.

잔인한 인간과 이타적인 인간은 이처럼 무대 위에서 함께 어우러진다. 그리곤 관객의 생각을 복잡하게 한다. 이강백의 심청은 때로 자신의 딸과 같고 때로는 자신의 여자 친구 같으며, 때로는 우리 누이 같다. 죽음은 누구나 피해가지 못하는 운명이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심청에게 이기적 인간들은 정당성을 피력한다. 그녀에게 헛소리를 내뱉고 얕은 수를 쓰며, 사후 세계로 속이려 한다.

연극 말미, 관객에게 이러한 질문이 생길 것이다. 과연 단 한명의 희생으로 열을 살린다면 그건 정당하고 정의로운가. ‘정당하다’, ‘정의롭다’를 넘어서 모든 생물은 이기적이다. 주변 사람은 묵시적으로든 명시적으로든 생각보다 타인의 죽음에 관대하다. 자신도 예외가 아니듯, 옛 심청이나 지금의 심청이나 죽음을 맞이한다는 결말은 인간 본성을 꾸밈없이 보여준다.

상과 찬사가 무의미할 희곡의 작가에게 박수는 때로 어색하다. 이번 심청전은 대사와 줄거리에 대한 비평을 잊고 관객 스스로 본성을 되짚는 작품으로 적합하다. 과연 이기적 인간과 동일시되는지, 이타적 인간과 동일시 되는지 스스로를 성찰하는 시간이 될 듯하다. 현대인은 과연 누구와 같은 심정을 가지게 될지 물음을 던져보자.

조호성 기자

 

작가 이강백 / 연출 이수인 (두산아트센터 Space111 2017. 3. 3. ~ 3. 19.)

출연
송흥진, 정새별, 이두성, 신안진, 이길, 김승언, 박창순, 강명환, 김솔지, 윤대홍, 김재겸

Staff 극단 떼아뜨르 봄날
드라마터그 우수진 | 움직임지도 이두성 | 무대 정 영 | 조명 성미림 | 의상 김동영 | 소품 박현이 | 분장 김근영 | 음악감독 박소연 | 음향 엄태훈 | 피지컬 트레이너 이한나 | 사진 김두영 | 그래픽 김우연 | 무대감독 최소현 | 조연출 김수정 | 프러덕션 어시스턴트 장승연

Travel & Health ZONE
여기가 거기?
덕수궁 옆 정동 세실극장 옥상
남산둘레길 겨울산행
경의‧경춘선숲길 일 3만
부안 직소폭포 일원

MEDIA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