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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복(眼福)을 나누다

허련의

국립중앙박물관은 손창근 님이 2018년 11월 부친 고(故) 손세기 님과 대를 이어 수집한 문화재 202건 304점을 기증한 것을 기념하며 세 번째 특별전, “안복(眼福)을 나누다”를 개최한다. 안복은 아름다운 서화를 감상하며 느끼는 즐거움을 뜻하는데, 개인이 누렸던 안복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자 한 기증의 높은 뜻을 되돌아 볼 수 있다.

2019년 11월 11일(화)~2020년 3월 15일(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 서화실(손세기·손창근 기념실)

허련의 <노송도> 등 16건 16점

세 번째를 맞이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19세기 서화 수요층의 확장과 새로운 미감(美感)에 부응하며 김정희 일파 및 직업 화가들이 개성적인 작품을 제작했던 양상을 조명한다. 전시품 중 절반 이상이 최초로 공개하는 작품이다. 앞서 개최된 두 차례의 기증전(2018.11.23.~2019.3.24./2019.3.26.~7.7.)에서는 정선(鄭敾, 1676~1759), 김정희(金正喜, 1786~1856) 등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서화가들의 명품을 선보였다.

최초로 선보이는 대형 소나무 연폭병풍

허련의 <노송도>

이번 특별전에서 우선 주목되는 작품은 김정희가 높이 평가했던 제자, 허련許鍊(1808~1893)이 만년에 제작한 <노송도>이다. 허련은 초의선사의 소개로 김정희의 제자가 되어 남종화풍의 그림과 서권기(書卷氣)를 강조한 글씨를 배웠다. 1856년 김정희가 세상을 떠난 후에는 고향인 진도로 내려와 서화제작에 몰두하였다.

<노송도>는 열 폭의 종이에 소나무 한 그루를 화면 가득 그린 대형 작품이다. 19세기 중반부터 연이은 화폭에 매화를 그리는 연폭매화병풍이 유행했는데 허련은 이러한 형식을 빌려 소나무를 그렸다. 장관을 이루는 거대한 규모, 둥치의 껍질과 구불거리는 가지의 역동적 표현 등은 스승의 영향에서 벗어나 자신의 화풍을 이룬 대가의 면모를 보여준다. 눈 덮인 산 속에 홀로 우뚝 서 있는 소나무의 모습에서 노송의 고고한 위엄과 함께 허련의 완숙하고 거침없는 필력을 느낄 수 있다.

19세기 문예계의 다양성과

새로운 미감을 보여주는 명품 서화

이번 전시에서는 정학교(丁學敎, 1832~1914), 민영익(閔泳翊, 1860~1914), 장승업(張承業, 1843~1897), 오세창(吳世昌, 1864~1953), 안중식(安中植, 1861~1919) 등 19세기에 활동한 서화가들의 개성적 면모와 상호간의 영향관계를 살펴볼 수 있다.

여항문인이자 서화가인 정학교(丁學敎, 1832~1914)는 흥선대원군 이하응(李昰應, 1820~1898), 역관 오경석(吳慶錫, 1831~1879), 민영익, 장승업 등과 서화를 주고받으며 교유했다. 이번에 처음 소개하는 <행초10폭병풍>에서 정학교의 독특하고 유려한 서체를 확인할 수 있다. 명성왕후의 외척인 민영익은 묵란도를 다작하며 개성적인 ‘운미란(芸楣蘭)’을 확립하였다. 전시된 묵란도 2점은 개화파와의 대립으로 조선을 떠나 중국 상해에 정착해 자신만의 난 그리는 법을 형성해갔던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다.

서화 비평가이자 개화사상가인 오세창은 김정희의 실사구시 사상에 영향을 받은 부친 오경석을 따라 서화와 금석학에 대한 연구를 심화하였다. 오세창이 75세에 전서로 쓴 <연경실(硏經室)> 편액은 경서를 연구하는 집이란 뜻으로 그의 학문세계와 가치관을 보여주는 만년기 작품이다. 더불어 오세창의 제첨이 붙은 장승업의 <술에 취한 이백[醉太白]>은 중국고사 인물화가 조선 말기까지 지속적으로 유행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안중식(安中植, 1861~1919)의 제시가 있는 장승업의 화조영모화(花鳥翎毛畫)에서 사승관계와 근대기 화단에 미친 장승업의 영향을 짐작해볼 수 있다.

기증전이 진행되는 상설관 2층 서화실에서는 손세기·손창근 컬력션의 대표적인 서화 작품들을 보여주는 영상을 상영한다. 두 차례의 기증전을 아쉽게 놓쳤다면 영상으로 이미 전시되었던 명품 서화를 감상할 수 있다. 아름다운 그림과 글씨를 천천히 감상하며 자신의 수집품을 아낌없이 사회에 환원해 개인이 누린 안복(眼福)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자 한 기증자의 고귀한 뜻도 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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