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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언어가 사랑 받는다?!

이달 14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는 ‘SeMA Green 날개.파티’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5월 14일까지 진행될 전시회에는 안상수를 비롯해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출신들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한글 폰트 가운데 ‘안상수체’로도 유명한 그는 글꼴 디자인, 타이포그라피, 문자 퍼포먼스, 문자도, 도자기 타일 등 다양한 형식 실험으로 ‘한글’을 작품 대상으로 삼았다. 안상수의 작품 세계는 ‘문자’에 내재한 여러 시각 요소를 결합하고 반응시켜 우리의 문자 지각을 공감각적으로 확장한다. 지난 14일에는 개막식이 열렸고 안상수 작가의 짧은 전시 설명이 있었다. 관람객의 반응 가운데 다채로운 전시 해석과 사고의 단편이 있어 게재한다. 생각의 자유로움은 전시를 풍요롭게 한다. – 편집자(HS) 주

언어란 인류 태초에 없었다. 과거 원시인들은 손과 발, 목소리로 의사를 전달함으로써 답답함을 달랬다. 그들에게 두뇌와 손이 있었으되, 뇌는 생각을 못 했고 손은 온전한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났다. 이제 그들은 나뭇가지로 흙 위에 그림을 그렸으며, 동굴 벽에는 온갖 짐승과 식물의 형태를 새겨 넣었다. 그러나 그 의미의 해석은 다분했고 모호했으며 답답하기가 매한가지였다.

이제 특별한 개체가 생겨났다. 그들은 돌연변이였으나 진화했고 뇌는 더 이상 어깨 위의 장식이 아니었다. 시대를 앞서 태어난 그들은 구체적인 소리를 목으로 모사했고 글자와 유사한 형태를 만들었다. 글자는 글자되 그림과 더 근접했고 여전히 의미의 전달은 불분명했으며 정확한 해석은 사람을 거칠수록 퇴색했다.

하지만 인간은 어느 순간부터 동굴 벽이 아닌, 흙바닥이 아닌, 나무 위가 아닌 종이에 최초의 글자를 적었다. 인류가 발전을 이룬 경이로운 순간 가운데 하나다.

이렇게 진부하고도 누구나 알 법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꺼내는 이유가 궁금할 것이다. 긴 서두와 달리 요점을 바로 말하자면 “언어가 쉬워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금 정확히 말하자면 “언어란 쉬워야 한다.”가 아니라 “언어가 쉬워야 한다.”는 것이다. 무슨 차이인지 알 것이다. 언어에 있어서 더욱 강한 당위 명제가 성립해야 한다는 얘기다.

언어가 아무리 과학적이어도, 인류보다 진보한 과학 문명을 지닌 생물체가 쓰는 언어라 하더라도, 쉽지 않다면 생물학적으로 진화론적으로 불리하다. 게으름이 발명의 어머니이듯, ‘귀찮은 언어’나 혹은 ‘매우 과학적이나 어려운 언어’는 생물의 본성상 진화 과정에서 사라지기 쉽다.

물론, 필자는 과학자가 아니다. 그렇다고 언어학자도 아니며 우리말을 극히 사랑하는 우리말지기도 아니다. 하지만 하루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발명품이 ‘언어’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어서 필자는 이 문제에 있어 예외가 아니다. 우리의 생각은 모국어로 이뤄지고 우리의 의사표현은 언어로 완성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류가 지구에 출현한 지 300만년쯤 지났음에도 우리에게는 만국 공통어란 없다. 정말 탑을 쌓다가 하늘의 벌을 받았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인류에게는 6천여 가지의 언어가 있다. 이 가운데 겨우 250여 가지에 달하는 언어만이 유효한 사용 개체 수를 갖는다.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줬으면 좋았을 텐데, 이들 언어의 공통점보단 차이점을 찾기가 더 쉽다.

이제 정말 결론을 이야기하겠다. 언어란 변화의 산물이다. 태초의 언어는 현재의 우리말이 아니었으며 그 형태는 발명 초기여서 원칙에 부합했으되 쉽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문어체는 구어체가 됐고 사어보다는 생어를 사용함으로써 글 읽기에 생기가 돌았다.

우리말은 변해야 한다. 불변이 아니어야 한다. 굳이 비유를 들자면 출입제한이 아니라 널리 왕래되고 오가며 뾰족해서 모나기보다 부드러운 평지여야 한다는 것이다.

관점과 관점이 마주쳐 소리를 내더라도 옳은 견해는 들어야 한다. 귀를 기울이고 타당한지 그른지를 겸손하게 따져야 한다. 원칙과 소신의 문제가 아닌, 언어에 관한 문제다. (우리는 때로 ‘언어’를 원칙과 소신의 문제로 간주한다.) 편리한 발명품이 오래 남고 표준화가 됐듯이 어떤 언어가 표준이 될지는 자못 분명하다. 과학적인데 쉽지 않다면, 논리적인데 직관적이지 못하다면 경솔한 표현이지만 쓸모없다. 언어란 변해야 마땅하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그래서 인류가 더 진보된 문명을 맞이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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