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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단계 분리 이론…세상은 좁다

세상은 넓고도 좁다. 진부한 얘기지만 막상 자신에게 그런 일이 생기면 이 문구가 떠오른다. MEDIA N 이 마주하는 이들은 한 해만 해도 수없이 많다. 서로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6단계 분리 이론’을 신봉한다면 그 사이가 넓지 않다. 단, 몇 사람을 통한다면 서로 연결된다는 이 이론의 설명이 온라인에서는 더 와닿는다. MEDIA N 은 그간 취재 현장을 오가며 ‘생각의 단편’ (첫 번째 ‘쉬운 언어가 사랑받는다.’   두 번째 ‘세상 밖으로 나온 몰입남’   세 번째 “인터뷰 내내 당신을…저울질이 계속됐습니다”)을 게재했다. 이번에는 ‘6단계 분리 이론…세상은 좁다’를 실었다. – 편집자(MJ) 주

20년 전 봤던 얼굴과 마주쳤습니다. 이름을 밝히기 어려워 편의상 K 라 하겠습니다. 그는 유독 필자 눈에 띄던 사람이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기억에 남는, 막연한 느낌이지만 언젠가 본 듯한 그런 이미지였습니다. 그간 그런 사람을 적어도 한 번은 마주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K 는 필자보다 한 살 위였고 약하디약한 인연의 끈, 타인이 보자면 강한 끈으로 엮인 지인이었습니다. 20여 년이 지나 그는 우리 사회를 뒤흔든 사고의 한편에 서 있었습니다. 물론, 사고로 비난받는 이는 아니었습니다. 그에게도, 저에게도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등장이 필요한 또 다른 이는 Y 입니다. Y 는 필자보다 한 살 아래, K 보다 두 살 어립니다. 그 역시 20년 전, 잠시 마주하고 본 적이 없는 인연입니다. 20년 전보다 한두 해 먼저 마주칠 기회가 있었으나 인연의 끈은 엮이지 않았습니다. 기이하게도 우리 사회를 뒤흔든 그 사고로 K 와 Y, 그리고 필자는 우연하게도 같은 시간 같은 동선을 그렸습니다. K 와 Y 모두 사고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서로 다른, 달라야 하는 위치에 서 있었고 필자는 어찌 볼 때 중간에 있는 형세가 됐습니다.

셋은 20년이란 세월을 두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마주했습니다.

이 셋은 20년이란 세월을 두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마주했습니다. 우리 사회를 뒤흔든 사고는 ‘세월호 침몰’, 세 명의 약하디약한 연결고리는 학연입니다. K 와 Y 모두 엘리트로 우리 사회에서 선망받는 직업의 소유자입니다. 두 명을 취재 장소에서 마주쳤던 필자는 20년 전 그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벌써 20년이란 세월이 지났습니다. 그간 생겨난 입장 차이는 그 발단이 어디인지 모릅니다. 때로는 미묘하게, 때로는 확연하게 견해가 갈립니다. 물론, 궁극적인 목적은 같습니다. 명확한 사고 규명과 정의로운 해결이죠. 다만, 다가서는 관점과 나아가려는 방향이 다를 뿐입니다. 생각하는 ‘정의’가 다른 모습이죠.

K 와 Y, 이 둘은 ‘정의’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이 두 명의 직업이 ‘JUSTICE’란 겁니다.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법조인, 더 정확하게는 판사이죠. (사고의 중심에서 이 둘은 법복을 벗은 채 번역명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어쨌든 필자는 이 번역에 동감합니다. 아주 깊은 동감입니다. 사회의 정의는 이들로부터 규정됩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현명하기를 바라는 이들이 20년이란 세월을 두고 다른 위치에 서 있습니다.

판결은 내려졌고 K 와 Y 의 견해는 여전히 조금 다릅니다. 그들이 보기에는 확연한 차이, 필자가 보기에는 미묘한 차이입니다. 사족을 붙이자면, 필자는 이 두 명에게 접근하지 않았습니다. 멀리서 지켜봤습니다. 다가서지 않은 이유는 딱히 떠오르지 않습니다. 약하디약한 인연의 끈이 발목을 잡은 듯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견해는 가까이서, 정밀하게 살폈습니다.

결론은 미묘하다는 겁니다. 적어도 필자에게는 큰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이미 사고는 과거 시간대에 있고, 필자와 이 둘은 현재 시간에 있습니다. 모두가 되돌리길 원하는 그 사고를 이제는 누구도 되돌릴 수 없습니다.

세월호 사고 당일, 많은 결정이 있었습니다

세월호 사고 당일, 많은 결정이 있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판단을 내렸습니다. 불행히도 여러 오판이 겹쳤습니다. 판단을 내릴 때, 적어도 필자의 경험에 비춰 보면 사람은 누구나 최적의 결정만을 하려 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책임이 줄어드니까요.

필자는 여태껏 성악설을 지지했습니다. 뭇매를 맞겠지만 필자는 그게 합리적이란 결론을 아직 지지합니다. 하지만 절대다수로 보이는 이들은 필자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결국 인간을 바라보는 필자의 편은 소수입니다.

그러니 다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고 당일 모두는 최적의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인간은 아쉽게도 성악설의 지지 기반 위에 서 있지 않습니다.

그 사고에서 최적의 판단은 ‘선’했고 결과는 ‘악’했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사고에서 기억을 잡아두려는 지금, 20년 전이 회상되는 건 아쉬워서입니다. 그날 사고도 그렇고, 둘과 인연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다시금 20년 뒤, K 와 Y 혹은 또 다른 인연과 같은 시간 같은 동선을 그린다면 여전히 멀리서 지켜보겠습니다. 그것이 기자로서 내리는 최적의 판단이고 책임을 줄이는 일이니까요. 필자가 바라보는 인간의 관점이 잘못됐기를 바라면서 모든 판단이 올바르기를, 후회가 없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인간의 원죄가 줄어들지 않을지요. 날씨가 무더워지는 요즘 ‘세상은 넓고도 좁다’라는 말이 실감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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