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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 이야기
작가 김동인은 소설 광화사에서 여(余)의 이야기를 전한다. 여름 석양이 백악 위에서 춤추고 천고의 계곡을 산새가 가로지를 무렵, 정신 나간 화공의 일생은 끝난다. 1935년 발표된 소설의 백미는 한줄, 한 단락이 아닌 글 전체를 가리켜야 한다. 시간을 잊게 만드는 그의 능력은 길지 않는 소설에서조차 빛난다. | 신윤복필 여속도첩(申潤福筆女俗圖帖), 박명(博明) 장수를 축원하는 마고

광화사, 결심을 말한다

그림으로써 경지에 오른 소설 속 주인공 화성(畵聖) 솔거(率居)가 말한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정도의 미인을 그리겠노라고. 하지만 작가가 소설에서 말한 바와 같이 내외법이 심한 도회에서 대낮에 양가 부녀가 얼굴을 내놓고 다니지 않았다. 신윤복필 여속도첩(申潤福筆女俗圖帖)의 얼굴을 가리고 벽을 향한 여인처럼 말이다.

석양 닮은 소경 여인

광화사는 인왕산 천(川)에서 그림의 주인공을 찾는다. 더듬더듬 시내를 따라왔다는 소경 처자의 물음은 해가 지는 석양의 아름다움이었다. 조선 후기 시와 서, 그림에 능통했다는 삼절(三絶) 신위(1769~1845)란 인물이 있다. 그의 호는 자줏빛 노을을 뜻하는 자하(紫霞). 자하는 청나라 문인화가 박명(博明)이 그린 '장수를 축원하는 마고(麻姑)'라는 그림에 시를 남겼다. 마고는 중국 전설로 내려오는 선녀의 이름.

추악한 인간의 욕망

개안(開眼)하고 싶었던 소경 처자를 속인 화공. 눈을 뜨게 해 주는 바다의 보물 여의주를 거짓으로 속삭이며 그림질을 시작한다. 하지만 완성을 앞두고 연인을 죽여버린 광화사. 소설의 결말은 인간의 욕망만큼 추악하다.

깊이 품은 족자

광인으로 전락한 소설속 주인공은 죽을 때도 그가 그린 그림 족자를 깊이 품었다. 자신이 벌인 일의 후회나 연인의 그리움 없이 그날의 죄(罪)를 기억하는 그림만 남기고 말이다. 연인의 죽음 뒤 다른 이에게 그림을 보여주기 싫었던 행동은 죄책감일지도, 아니면 여전히 버리지 못한 소유욕 때문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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