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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세스 2세
이집트 아비도스, 람세스 2세 신전, 기원전 약 1279-1213년 | 브루클린박물관

장수한 왕

고대 이집트 전성기를 이끌었던 람세스 2세는 장수했다고 알려졌다. 그는 90세까지 이집트를 통치했고 지금도 분쟁이 발생하는 팔레스타인을 두고 전쟁을 벌였다.

석회암 재질

유물은 석회암과 안료를 사용해 파라오, 즉 람세스 2세를 묘사했다. 석회암은 내구성이 좋고 가공이 비교적 쉽기 때문에 조각 재료뿐 아니라 건축용 석재로 널리 쓰인다. 산호와 조개 등 다양한 생물체의 패각이 쌓여 형성된 석회암은 주로 따뜻한 기후, 또는 열대지방의 얕은 바다에서 굳어져 생긴다.

불멸의 파라오

파라오는 고대 이집트 왕국을 통치하는 왕을 지칭한다. 내세를 믿었던 이집트는 왕이 죽은 뒤에도 영혼이 남아 불멸한다고 믿었다. 이 때문에 통치기간 피라미드를 지어 사후에 지낼 공간을 만들었다. 인간이 아닌 신으로 추앙됐던 파라오는 피라미드 안에서 영원한 권력과 안식을 누렸다.

거대 피라미드

이집트 기자 지구에 가면 전체가 석회암으로 이뤄진 거대 피라미드가 발견된다. 벽돌형태로 가공하기 쉽기 때문에 건축물의 바닥이나 기둥으로 사용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석회암으로 이뤄진 유적이 발견되곤 한다. 대표적인 문화재가 원각사 10층 석탑. 현재도 고급 건축물의 내장재로 사용되며 예술적 가치를 지닌 조각상의 재료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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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부부가 묘사된 유골함
기원전 2세기 말 | 구아르나치 에트루리아박물관

죽음에도 예술 가치 부여

이탈리아 반도의 중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했던 에트루리아 문명에서 발견된 유물. 보이는 유골함에는 마차가 조각됐다. 사람들과 작별하며 말들은 수레를 끌고 앞을 향하고 있다. 마차의 짐칸에는 시신이 있음을 짐작케 한다.

죽음, 누구나 거쳐야 하는 종착지

과거 동유럽 국가에서는 불치병에 걸린 이들을 냉동한 일이 있었다. 병에 걸린 환자는 치료법이 개발될 때까지 생명을 유지하고자 했다. 일부는 전신 냉동이 아닌, 머리 부분만을 잘라 냉동하는 일마저 일어났다. 실상 인간이 저온 수면상태가 되면 신체활동이 늘려지고 세포의 노화속도가 감소한다.

인간의 유한성

인간은 죽음의 공포와 함께 살아간다. 평균수명이 늘었으나 100년을 넘기는 일이 드물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체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인다. 끝없는 욕망이 현재의 편안함을 추구케 하고 나아가 불멸의 삶을 꿈꾸도록 한다. 장수를 빌고 불로초를 찾고 노화를 방지하는 모습은 인간에서 발견되는 특징.

종교 발명의 필요성

사후 세계에 관한 안식처를 마련하려 인간은 종교를 발명했다. 그 믿음은 죽음이란 공포를 이기는 데 유용하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천국과 천당, 불교에서 일컫는 극락세계 등은 인간에게 영생을 약속한다. 인간의 역사에 있어 최고의 발명품은 다름 아닌 신과 신앙이라는 표현이 그리 불경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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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피테르
기원전 2세기 | 이탈리아 피렌체국립고고학박물관

천둥의 신

조각상은 유피테르의 모습을 하고 있다. 우리 귀에 익숙한 주피터(Jupiter)와 발음이 비슷한데 실제 같은 신을 가리킨다. 즉,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 하늘의 신이자 천둥의 신은 번개를 들고 숭배를 받으며 인간을 심판했다.

신에 관한 숭배

유피테르 조각상은 에트루리아 국경지역의 식민도시 루니에서 발견됐다. 도시 내에 로마인들은 달의 여신 루나를 모시는 신전을 세웠고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건축물과 조각상을 남겼다.

알고보면 문화 선진국

자신들을 정복한 로마보다 군사력은 약했으나 수준 높은 문화를 지녔던 에트루리아. 그리스 문명의 영향을 받음과 동시에 로마 제국을 성장시키고 그 바탕이 된 문화의 초석이 됐다.

신전과 신화의 나라

각각의 도시에 티니아, 우니(그리스의 헤라), 멘르바(로마의 미네르바)를 모신 신전을 짓고 신화에 관심이 많았던 에트루리아. 그리스와 로마처럼 점성술과 예언을 통해 의사결정을 내렸던 그들에게 신은 절대적 존재였다. 신을 가장한 지배자의 논리에 속았는지도 모를 에트루리아 피지배층은 적어도 문화적으로 발전된 문명사회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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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니아(Tinia)
기원전 4세기 초 | 이탈리아 피렌체국립고고학박물관

주신과 번개

티니아는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에 해당하는 주신. 그의 상징은 역시나 번개다. 고대인들은 자연 현상이었던 번개에 커다란 의미를 뒀다. 일부 신화는 번개가 태초 혼돈을 꿰뚫고 생물체를 만들어 현재 인간세계의 기원을 마련했다고 설명한다.

다신교 에트루리아

다신교였던 에트루리아는 그리스 신화에 관심이 많았다. 고대 지중해 문명인 에트루리아는 로마 이전 이탈리아 반도 중북부 지역에 존재했던 고대 국가. 그 역사는 기원전 10세기부터 무려 천년에 달한다. 종교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그들은 제우스, 헤라, 미네르바 등 그리스 신들에게 관대했다.

인간을 닮은 신, 신을 닮은 인간

티니아의 모습은 다소 외설스럽다. 어깨 한쪽에만 망토를 걸치고 있을 뿐, 하체는 아무 것도 입지 않았다. 다른 그리스, 로마의 신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 당시 신들은 완벽한 존재로 여겨지지 않았다. 전지전능했으나 질투와 시기, 사랑과 불륜 등 인간 세계에서 벌어지는 악행도 일삼았다. 아울러 평범한 인간을 시험에 들게 하는 행동을 저질렀다.

신과 사후세계

신이 인간을 통제하고 인간은 신을 숭배해야 한다는 관념이 강했던 에트루리아. 그들은 신전을 세우고 신의 형상을 본떠 그들에게 제물을 봉헌했다.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대인의 믿음은 신을 만든 뒤 사후세계를 만들고 신전까지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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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니소스와 아리아드네가 묘사된 장식판
기원전 3세기 | 이탈리아 피렌체국립고고학박물관

포도주의 신

불치 신전의 페디먼트를 장식했던 판.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와 그의 아내 아리아드네를 조각했다. 불치 신전은 불치 시민이 숭배했던 디오니소스를 위한 신전. 제우스의 아들로 태어나 우리에게는 미다스의 황금손으로 널리 알려졌다. 즉, 만지는 즉시 물체를 황금으로 변하게 하는 권능을 미다스에게 부여한 신이 바로 디오니소스였다.

불멸의 존재

불멸의 존재 디오니소스와 함께 조각된 그의 아내 아리아드네는 크레타의 왕 미노스의 딸. 역시나 그리스 신화에서 유명한 미노타우로스와 연관이 있다. 미노스 왕의 아내였던 파시파에는 신의 저주를 받은 뒤, 황소와 관계를 맺고 미노타우로스를 낳았다. 분노한 미노스는 소의 머리를 지니고 태어난 미노타우로스를 미궁을 가두었다.

인간 제물

그리스 아테네에서 매년 인간 제물을 받던 미노타우로스. 결국 괴물은 테세우스에게 죽임을 당한다. 당시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에게 반해서 어찌보면 가족인 미노타우로스를 죽이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런 연유인지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와 결혼하지 못하고 낙소스라는 섬에 남겨진다. 결국, 그녀는 디오니소스와 결혼하게 된다.

신이지만, 편부

디오니소스의 어머니는 신이 아닌 인간 세멜레였다. 그녀는 제우스의 아내 헤라에게 속아 죽임을 당한다. 제우스의 본래 모습을 보고자 했던 세멜레는 번개에 타서 디오니소스를 낳지도 못하고 운명한다. 몸 속의 태아를 꺼내 제우스는 자신의 넓적다리에 넣고 키웠다는 게 신화의 내용. 훗날 디오니소스는 자신의 어머니를 지하세계에서 구하고 여신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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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 이야기
작가 김동인은 소설 광화사에서 여(余)의 이야기를 전한다. 여름의 석양이 백악 위에서 춤추고 천고의 계곡을 산새가 가로지를 무렵, 상상력에서 비롯된 정신 나간 화공의 일생은 끝난다. 1935년 발표된 소설의 백미는 한줄, 한 단락이 아닌 글 전체를 가리켜야 한다. 시간을 잊게 만드는 그의 능력은 길지 않는 소설에서조차 빛이 난다. | 신윤복필 여속도첩(申潤福筆女俗圖帖), 박명(博明) 장수를 축원하는 마고

광화사, 결심을 말한다

그림으로써 경지에 오른 소설 속 주인공 화성(畵聖) 솔거(率居)가 말한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정도의 미인을 그리겠노라고. 하지만 김동인이 그의 소설에서 말한 바와 같이 내외법이 심한 이 도회에서 대낮에 양가의 부녀가 얼굴을 내놓고 길을 다니지는 않았다. 신윤복필 여속도첩(申潤福筆女俗圖帖)의 얼굴을 가리고 벽을 향한 여인처럼 말이다.

석양 닮은 소경 여인

광화사는 인왕산 천(川)에서 그림의 주인공을 찾는다. 더듬더듬 시내를 따라왔다는 소경 처자의 물음은 해가 지는 석양의 아름다움이었다. 조선 후기 시와 서, 그림에 능통했다는 삼절(三絶) 신위(1769~1845)란 인물이 있다. 그의 호는 자줏빛 노을을 뜻하는 자하(紫霞). 자하는 청나라 문인화가 박명(博明)이 그린 '장수를 축원하는 마고(麻姑)'라는 그림에 시를 남겼다. 마고는 중국 전설로 내려오는 선녀의 이름.

추악한 인간의 욕망

개안(開眼)하고 싶었던 소경 처자를 속인 화공. 눈을 뜨게 해 주는 바다의 보물 여의주를 거짓으로 속삭이며 그림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림도 완성 못하고 연인을 죽여버린 광화사. 소설의 결말은 인간의 욕망만큼이나 추악하다.

깊이 품은 족자

광화사에서 광인으로 전락한 김동인의 주인공은 죽을 때도 그가 그린 그림 족자를 깊이 품었다. 자신이 벌인 일의 후회나 연인의 그리움 없이 그날의 죄(罪)를 기억하는 그림만 남기고 말이다. 연인의 죽음 뒤 다른 이에게 그림을 보여주기 싫었던 행동은 죄책감일지도, 아니면 여전히 버리지 못한 소유욕 때문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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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약속...불사조
이집트 50 Pounds 지폐, 이집트중앙은행

에드푸 신전

지폐 도안은 에드푸 신전(temple of Edfu)으로 이집트 신화에 등장하는 호루스를 모시는 곳. 호루스는 죽음의 신으로 알려진 오시리스와 여신 이시스의 아들로 이집트의 지배자를 뜻하는 파라오를 수호하고 상징한다. 도시 에드푸는 나일 강 서안에 있다.

피닉스

사막, 열사의 땅에서 피닉스는 그 수명이 수백년을 영위한다. 500년 이상 살며 의미 그대로 수명이 다하면 다시금 자신의 몸을 불태우고 부활한다. 죽지 않는다는 새는 영원 불멸의 상징이 됐고 전설과 함께 현재에도 봉황, 대붕 등과 함께 자주 회자되는 신수.

새 형상을 한 태양신 라(Ra)의 모습, 피닉스

대개 새롭게 부활한 사람을 비유해 피닉스, 불사조 같다는 표현을 한다. 불사조는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상상의 새 베누와 같다. 고대 이집트는 다신교를 지녔다. 태양신 라(Ra), 암사자 머리 형태를 가진 세크메트, 하늘의 여신 누트 등 그리스 신화와 같이 여러 신이 존재한다. 피닉스를 보면 매의 형상과 닮았다. 고대 이집트 신들을 그린 그림 역시 매 모양의 머리를 하고 있다.

신의 영혼

어느 문명에서나 태양이란 존재는 절대적이자, 최고 권위를 상징했다. 특히 다신교 사상에서 태양신은 여러 신의 우두머리 역할을 맡았고 세계 창조뿐 아니라 다른 신들의 탄생과 연관됐다. 불사조는 이집트 태양신 라의 영혼으로 여겨지며 숭배의 대상. 이집트 신화에서 최초의 신으로 불리는 누(Nu), 태양신 라를 창조했다는 아툼(Atum) 등 태양이란 천물(天物)과 그의 전령은 초월적 존재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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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지혜의 당신, 아테나
지헤를 갖춘 여전사 아테나는 강인한 여성으로 묘사된다. 투구와 갑옷으로 대표되는 그녀의 모습은 영웅을 수호하는 여신. 헤라클레스와 페르세우스, 오디세우스에게 조언하는 여신 아테나, 전쟁에서 휴식과 위로가 필요한 전사들에겐 아테나의 손길이 절실했다.

강인한 여걸

제우스의 머리에서 탄생했다는 아테나는 지혜의 상징이기도 하다. 전쟁에서 적들을 몰아내는 데 필요한 전술은 그녀 같은 재사의 머리로부터 나와야 했다. 그리스 도시 아테네, 그곳에 위치한 파르테논 신전에는 그녀가 살고 있다. 아테나는 항상 정의로운 방법만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다른 그리스의 신과 마찬가지로 때로는 시기와 욕망, 질투가 그녀를 지배했다. 자수를 잘 놓고 베짜기에 뛰어났던 아라크네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헤라와 아프로디테와 함께 황금사과를 두고 다투기도 한다. 그녀는 또 제우스의 사랑을 받으며 가부장 제도에 순종하는 여신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영웅을 사랑한 아테나

앞서 언급과 같이 그녀는 영웅을 사랑했다. 바라보는 시선만으로 인간을 석상으로 만들었다는 메두사, 그녀를 처치하는 페르세우스는 아테나의 지혜를 빌렸다. 그 답례로 받은 방패는 아테나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오디세우스 역시 칼립소와 밀애를 끝내고 고향으로 복귀하는 데 아테나의 도움을 받는다. 아테나는 또한 헤라클레스를 돕기도 하며 영웅의 수호신으로 자리잡는다.

전쟁에 필요한 정신적 지주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시대.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힘은 전력의 차이에서만 나오지 않았다. 전쟁에 임하는 병사의 강건한 믿음,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 용맹함은 신이 존재해야만 가능했다. 병사들에게 아테나의 축복을 내리고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건 승리의 첫걸음. 아테나는 정복과 승리의 신인 니케와 함께 병사들에게 심리적인 기댈 곳, 즉 안식처가 됐다.

여신의 양면성

여신이면서도 전쟁 복장을 한 모습으로 그려지는 아테나. 무기와 방패까지 들고 승리의 여신 니케를 대동한 그녀는 이성적이며 지혜롭고 순결하기까지 했다. 영웅을 사랑했으나 때로는 잔인함을 보였던 그녀, 양면성을 지니고 인간과 유사한 모습을 보인 아테나는 그리스 신들에게서 보이는 인간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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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이 김선달, 사기와 풍자
관서지방이라 함은 지금의 평안남북도, 자강도 일대를 가리킨다. 봉이 김선달에 관한 일화는 서북인 차별과 관련이 있다. 관서지방의 백성을 일명 서북인이라 불렀고 이들에 대한 차별이 이뤄진 데 있어 봉이 김선달 이야기는 시작된다.

민란과 서북인 차별

조선시대 후기, 나라가 혼란함에 따라 여러 민란이 발생한다. 대표적인 사건 가운데 하나가 홍경래의 난. 순조 11년에 발생한 민란은 5개월에 걸쳐 평안도 일대를 들썩인다. 평안도는 중국과 가깝과 대동강과 압록강 등 큰 강이 흘러 상업 활동이 활발했다. 하지만 중앙 정치권력에서 소외 되고 있었다. 실상 이에 관한 논란이 존재하는데 고려와 조선시대 중앙권력을 차지한 이들이 서북인에 대한 차별을 노골적으로 했는지, 아니면 단지 민란을 꾀하려 민란의 중추세력이 서북인 차별을 내세웠는지가 논점이다. 홍경래와 김사용, 우군칙 등이 참여한 민란은 정주성을 포함해 청천강 이북 지역을 점령했으나 실패로 끝났다.

봉이 김선달은 협사(?)

실제, 봉이 김선달은 사기꾼으로 보여지나 머리가 비상하고 학문을 익힌 뛰어난 재사였다. 한양으로 진출했으나 서북인 차별과 함께 출신배경이 좋지 않은 탓에 세상을 조롱하는 행동으로 방향을 튼다. 특히 권세 있는 문벌과 탐욕스런 상인 등을 대상으로 이들에 대한 비판과 풍자를 이어간다.

예나 지금이나 지역감정

현재에 있어서도 서북인 차별과 같은 지역 감정, 지역 차별은 국민 정서 속에 존재한다. 호남 지방과 영남 지방 간의 지역 감정과 선거가 있을 때마다 불거지는 지역 갈등은 예나 지금이나 유사하다.

평안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

배경 속의 그림은 평안감사 향연도로 단원 김홍도의 작품이다. 평안감사는 조선시대 종2품의 벼슬, 사법권과 징세권을 지녀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평안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는 속언은 평안감사의 직책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단적으로 가리킨다. 도탄에 빠진 백성과 이를 외면한 평안감사의 성대한 향연은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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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무늬 시전지판
木彫蓮花文詩箋紙板, 길이 15cm, 너비 35cm

책받침에도 멋과 풍류

지금도 사용되는 책받침. 세로쓰기가 보편화된 당시, 줄을 맞추어 글을 가지런히 쓰기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실상 고문서나 서적에는 세로줄이 그어져 있고 문자가 적힌 경우가 많다. 줄이 그어진 공책, 칸칸 나뉜 원고지 등과 유사하다. 마치 책받침과 유사한 기능을 했다.

유행, 판화의 시초

시전지판에는 줄을 넣어 시나 편지를 쓰기 편리하게 하는 기능도 했으나 길상(吉祥)을 뜻하는 동물이나 꽃 등의 장식 무늬를 종이에 새기는 역할도 했다. 활자인쇄술이 서적의 보급 속도를 높였듯, 시전지판은 판화로서 아름다운 문양과 그림을 인쇄하듯 찍어낼 수 있었다.

한번에 담는 시서화

시전지판은 그림과 글과 시를 한번에 찍을 수 있는 목판. 제작자의 의도에 따라, 좋은 재질의 목재를 선택해서 원하는 도안을 골라 조각칼로 새기면 간단하게 완성, 선조의 지혜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백년을 가는 재질

나무로 제작하는 시전지판은 당연히 재질이 중요했다. 사용되는 나무는 은행나무, 물푸레나무 등이다. 시전지판을 직접 만들기 전, 소금물에 넣고 천천히 말리기를 반복함으로써 오랜 세월을 견디게 했다. 때로는 연꽃무늬, 때로는 매화나 수세미 등을 그려넣고 화사한 느낌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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